중얼중얼

뱀파이어와 가위 바위 보

얄롱얄롱 2012. 6. 25. 21:26

나는 그를 돈 조반니라고 하기로 했다. 꿈속에서 그는 계속 오빠였다.

 

수업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여러 명 탁자에 앉아있었다. 나를 위협하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그 순간 탁자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변했다. 그의 눈이 녹색으로 빛났다.

 

광기! 그는 미쳤다!

 

사람들이 그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도 등을 돌려 뛰어갔다. 문이 반쯤 열린 방이 보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가 너무 빨랐다. 애초부터 그의 표적은 나였을지 모른다. 나는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나의 왼쪽 목덜미는 그의 것이 되었다.

 

그는 나를 보며 실실 웃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놀아나는 쥐였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가 나에게 놀이를 제안했다.

“나를 이기면 너를 놓아줄게.”

나는 그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했다. 어떤 놀이라도 순순히 응할 생각이었다.

 

우리는 가위 바위 보를 하기로 했다. 나는 가위 바위 보에는 젬병인데……. 상관없었다. 내 운명은 가위, 바위, 보 셋 중에 하나일 테니까.

 

그는 손을 뒤로 빼어 감췄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가 숨긴 손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등 뒤에 거울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손가락은 모두 펴져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했다.

가위군!

 

그는 가위바위보에는 젬병이었다. 그의 엉거주춤 오므려진 손가락. 나는 웃었다. 이게 아니잖아요. 나는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주었다.

 

내가 가위바위보에 이긴 것은 상관없었다. 내 왼쪽 목덜미는 그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의 거친 숨이 내 머리꼭대기에 앉았다. 나는 그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나를 완전히 파악했다.

그는 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여길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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