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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책갈피
posted by 얄롱얄롱 2012. 5. 4. 23:57

아름다움-아름다움이라는 놈은 무섭고 끔찍한 것이야! 일정한 잣대로는 정할 수가 없거든. 그래서 무서운 거야. 왜 그런지 신께서는 인간에게 자꾸 수수께끼만 던져주신다니까. 아름다움 속에서는 양쪽 강 언덕이 하나로 만나고 모든 모순이 함께 살고 있어. 나는 교육이라고는 전혀 못 받았지만, 이건 꽤 연구를 많이 해서 생각해낸 거야. 실로 신비는 무한하다니까! 이 지구상에는 어지간히도 많은 수수께끼가 인간을 괴롭히고 있어. 이 수수께끼가 풀린다면, 그건 젖지 않고 물속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일이지. 아아, 아름다움이라고! 게다가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건 아름다운 마음과 뛰어난 이성을 가진 훌륭한 인간까지도 왕왕 성모(마돈나)의 이상을 가슴에 품고 출발하였으나 결국 악행(소돔)의 이상으로 끝난다는 거야. 아니, 아직도 한참 더 무서운 게 있지. 즉 악행(소돔)의 이상을 마음에 품은 인간이 동시에 성모(마돈나)의 이상 또한 부정하지 않고 마치 순결한 청년 시절처럼 저 밑바닥에서 아름다운 이상의 동경을 마음속에 불태우고 있는 거야. 야아, 실로 인간의 마음은 광대해, 지나치게 광대할 정도지.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걸 좀 줄여보고 싶다니까. 에이, 제기랄,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네, 정말! 이성의 눈에는 오욕으로 보이는 것이 감정의 눈에는 훌륭한 아름다움으로 보이니 말이야. 애초에 악행(소돔) 속에 아름다움이 있는 건가?

……그나저나 인간이라는 건 자신이 찔리는 것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거야.

 

-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3부 3장 치열한 마음의 참회 ― 시(詩)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