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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드 소쉬르 / 책갈피
posted by 얄롱얄롱 2012. 5. 5. 00:30

페르디낭 드 소쉬르 [ Ferdinand de Saussure ]

 

1857-1913


소쉬르는 스위스 출신의 '구조주의 언어학'의 개척자.


소쉬르는 언어를 '기표'와 '기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자족적인 기호의 체계로 이해하였다. 이때 기의는 자족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표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개인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개인을 그들이 속해있는 사회나 문화 체계 안에서 창조되는 것, 즉 구조의 효과로 보는 구조주의를 태동시켰다. 


언어는 구체적단위들의 대립(차이)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들의 체계(구조)라는 생각은 그 때까지의 언어관에 대한 혁명이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연구 신화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등 20세기의 여러 인문사회과학이 새로운 방법적 틀을 빌려오는 원천이 되었다.


그는 랑그/파롤, 기표/기의, 형식/실체, 연합관계/통합관계/, 공시/통시 등 과학적언어학의 방법론적 기점이 된 대립쌍들의 개념을 확립했는데, 이러한 개념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1916년에 제자들의 그의 강의 노트를 편집, 재구성한 <일반 언어학 강의>에 포함되어 있다.



■ 기표(記表:significant 시니피앙)와 기의(記意:signifie 시니피에)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와 '기의'의 결합으로 이해하면서, 이것을 '차이의 놀이'에 의해 설명한다. '기의'는 어떠한 대상이 지닌 의미를 뜻하며, '기표'는 그 의미를 지닌 대상을 표현하는 명칭을 의미하는데, 이들의 결합은 필연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예컨대 송아지를 '송아지'로 표현한 것은 '송아지'가 송아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망아지'나 '강아지'와 구별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송아지를 '송아지'가 아니라 '음매'나 'A'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어라는 기호체계가 송아지를 '송아지'로 부르기로 했기에, '송아지'라는 기표와 송아지라는 기의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자의적인 한 언어공동체의 규약의 산물인 것이며, 한 기표의 의미는 그 자체의 본질적 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기표와 다른 기표 사이의 차이에 의해 규정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결합을 '차이의 놀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언어를 기표와 기의의 결합으로 설명하면서 지시대상(referent)과의 관계를 배제하는데, 이는 언어를 외적 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체계 안에서 구조화된 자족적인 기호체계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 랑그(langue)와 파롤(parole)


소쉬르는 언어를 문법체계를 의미하는 '랑그'그 체계 속에서 개개인이 발화하는 언어적 행위를 의미하는 '파롤'로 구분하였다. 


'말'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lingua에서 기원한 '랑그'는 개인이 언어능력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구성체에 의해 수용된 관습을 의미하는데, 문법이 랑그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파롤'은 특정한 개인이 특정한 장소에서 실제로 발화되는 언어의 활용적인 측면을 의미하는데, 소쉬르는 기호학의 연구대상을 랑그로 한정시킴으로써, 기호학을 더욱 하나의 학문으로서 체계화하였다. 



■ 공시태(共時態:synchronie)와 통시태 (通時態:diachronie)


언어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항상 변화하고 있기에, 언어를 연구함에 있어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그러기에 소쉬르 이전의 언어학은 예컨대 '18세기 제노바 지방의 언어연구'처럼 특정한 장소와 시기의 언어체계를 다루고 이를 통해 언어의 역사적 측면을 주목하는 '통시언어학(linguistique diachronique)', 즉 '통시태'에 대한 연구였다. 


그러나 소쉬르는 이러한 접근법을 지양하고 언어의 구조와 기능에 그 초점을 맞춤으로써 언어가 작용하는 방식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는 '공시언어학(linguistique synchronique)', 즉 '공시태'에 대한 연구방법을 제시했다. 


통시언어학은 언어가 변화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그 변화의 양상을 추적함으로써 언어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언어의 역사와 변화에 주목한 나머지 언어자체의 작동방식에 대해는 소홀하게 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에 소쉬르는 언어를 고정된 실체로 보고 그 내부의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밝혀내는 공시언어학에 더 큰 비중을 두었는데, 이는 파롤보다 랑그를 우선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에 더 큰 비중을 주던 간에 공시태와 통시태라는 소쉬르의 구분은 언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