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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5 토마스 만,『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토니오 크뢰거』 / 책갈피
posted by 얄롱얄롱 2012. 5. 5. 01:01

 

 

  • 그러나 비록 그가 닫혀진 덧창 앞에 외로이, 국외자의 신세가 되어 희망도 없이 서서는 상심한 나머지 마치 창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척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때 그의 심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왜냐하면 행복이란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자신에게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사랑받는 것, 그것은 허영심을 채우려는, 구역질나는 만족감에 다름아니다. 행복은 사랑하는 것이다.

 


  • 관능에 대한 구역질나는 증오와 순수성과 단정한 평화를 향한 갈구가 그를 사로잡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비밀스런 생산의 환희 속에서 준동하고 괴고 눈뜨는 상춘(常春)의 미지근하고도 들척지근하며 향기를 머금은 공기, 예술의 공기를 호흡해야 했다.

 

  •  <봄은 가장 추악한 계절입니다.>하고 말하면서 그는 카페로 가버렸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실은 봄에는 저 자신도 신경질적으로 됩니다. 저 자신도 봄이 일깨워주는 갖가지 추억과 감정의 아름다운 비속성 때문에 혼란에 빠진답니다. 단지 저는 그 때문에 감히 봄을 욕하고 능멸할 수가 없을 따름입니다. ……(중략)…… 예술가가 인간이 되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는 끝장입니다. 이것을 아달베르트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는 카페로, 그런 <동떨어진 영역>으로 가버린 것입니다, 예, 바로 그겁니다!

 

 

  • 문학이란 것은 소명이 아니라, 일종의 저주다.

 

 

  • 이제 <언어>에 대해 말하자면, 이것이 인간을 구원해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감정을 차갑게 만들고 우리 인간의 마음을 얼음 위에 갖다 놓는 것이나 아닐까요? 농담이 아닙니다. 우리의 감정을 문학적 언어를 통해 신속하고도 피상적으로 처리해 버리는 데에는 그 어떤 얼음처럼 냉혹한, 분개할 만큼 외람된 행태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당신이 어떤 감미로운, 또는 숭고한 체험에 의해 너무나 큰 감동을 느꼈다고 칩시다. 더 이상 간단한 일이 없지요! 글쟁이한테로 가는 겁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정리되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일을 분석하고 공식화하여 기존 개념으로 명명(命名)한 다음, 표현을 하고 일 자체가 저절로 말하도록 해줄 것이고, 그 모든 문제를 영원히 처리하여 아무 관심도 가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주고는 고맙다는 인사말조차 필요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 냉혹하고도 허영심에 찬 사기꾼…한번 말로 표현된 것은 이미 처리된 것이다.-이것이 그의(예술가)의 신조입니다. ……(중략)…… 고맙습니다,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이제는 안심하고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나는 <처리되어> 버렸으니까요.

(대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예술가들은 누구보다도 딜레탕트를 가장 근원적으로 경멸합니다.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민음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