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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5 모니카 마론,『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슬픈 짐승』 / 책갈피
posted by 얄롱얄롱 2012. 5. 5. 01:00

 

 

가장 이상한 점은 내가 처음부터 프란츠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 중에서 프란츠는 내가 무서워하지 않은 유일한 남자였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았지만 낯선 남자의 몸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수줍음을 극복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벗은 몸을,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이 측은하던 나의 벗은 몸을 프란츠의 벗은 몸 옆에 눕혔던 것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게 드러내 보이는 일의 욕망과 두려움에 두 번 다시 나를 내 맡기지 않겠다고 했던 확고함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것이 그가 했던 어떤 말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몸짓이었는지 나는 그 다음 날 벌써 기억이 나지 않았다. 프란츠는 알고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다. 언젠가, 나의 건망증 뒤에 무언가 심오한 것이 있다는 짐작이 들어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며 물어보자 그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바깥쪽으로 내 뺨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것이었어.” (p.31)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문학동네 中